춘하추동-에필로그

춘하추동-에필로그

석두 6 3,649
여름 햇살이 덥다. 푹푹 찐다. 용두산공원 계단에서 부셔지는 태양의 편린이 어지럽다.
현기증이 난다. 또로로! 계단을 구를 것 같다. 아니 숫째 굴러버릴까.
덥다. 온몸에 열기가 푹푹 오른다. 땀구멍마다 땀이 비 오듯 솟아내린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이였지. 음악실  안에 돌아가는 대형선풍기 앞에 마주 선다. 미지끈한 바람이 온 몸을 두들긴다. 눈물이 난다. 줄줄 흐른다. 땀범벅 눈물 범벅에 상의가 다 젖었다.
그런 내가 이상하게 보였는지 삼용이란 친구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눈물 콧물 땀 범벅인 내 얼굴이 좀 기괴했나? 나는 울지 않았다. 눈물만 쏟아지고 있을 뿐이였다.
무슨 일 생겼나?
용아, 나 소주 좀 사주라. 이제 말 속에 울음이 묻어나고 있었다.
삼용이는 그날 만년필을 잡혀서 소주를 사 주었다.
둘은 대사가 딱 두마디인 장면이 되었다.
무슨 일 있었나?
염이가 죽었단다.

술이 취하지 않습니다. 음악실에 있기도 싫습니다. 밖으로 나갑니다.
염이와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로 멍한 상태로 걷습니다. 좀 번뜻한던 여인숙 간판 불이꺼져있습니다.염이가 마지막 숨을 거둔 곳입니다. 아까 오전에 염이 엄마가 허둥 댄 것이 이 때문입니다. 염이의 주검을 찾으러 왔겠지요. 계속 걷습니다. 힛바리 여자가 총각 놀다가소 부릅니다. 컴컴한 밤길 발 길 멈춘데가 염이에게 키스하다 뺨 맞은 골목입니다. 그곳에 그 애는 없답니다. 염이 집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습니다. 집 안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행인 둘이 옵니다.
득만씨, 여기서 뭐하노? 어 여기 염이 집이네
염이의 국민학교 중학교 동기들 같이 송정 갔던 소녀들입니다.
나는 그냥 그 골목을 나옵니다. 시장으로 올라가다 만나는 사거리 왼쪽 20여미터에 인자네 집이 보입니다.
인자야, 잘 해보고 싶었는데, 안 된다.

인생은 리셋 되지 않는다. 클릭 한번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다.
그렇게 죽는다를 입에 달던 여인과 자살연습꾼이 앞뒤로 우리 곁을 떠나갔다. 자살전문가의 장례식에 갔다 온 친구가 그의 누님이 동생이 갖고 나간 12폭 평풍의 행방을 묻더란다.
세상 시들해진 내가 그걸 챙겨 줄 생각 하나도 없다. 오직 생각나는건 술에 푹 빠져 염이와의 추억만 반추하고 싶다. 그러다 불현듯 집히는 것이 염이의 자살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 때 염이가 송정 가기 싫다고 했는데 안 갔으면?
만약에 화구 챙겨 다시 송정 오라고 안했으면?
만약에 울산으로 가는 그 기차를 친구가 부르지 않아서 내가 탔다면?
만약에 염이의 동생에게 한마디라도 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만약에 염이의 친구가 남자 친구에게 끌려가지 않았더라면?
그날 밤 염이의 국민학교 동기둘이 염이의 집을 찾았다가 안 사실은 그날 밤 10시에 염이가 집으로 돌아왔다가 이복형제인 오빠들에게 꾸지람을 듣고 나갔다는거다. 그리고 동광동 좀 번듯한 간판이 걸린 여인숙에서 약을 먹었다. 그렇다면
만약에 그 날 현대극장으로 길을 꺽지 않고 염이와 같이 가던 그 길로 계속 가서 염이의 집 골목까지 갔다면? 둘은 그 길 어디쯤에서 만나지 않았을까?
그런데 도대체 그 마이날인가 쎄코날인가 치사랑을 언제 확보했단 말인가?
모른다. 죽은자에게 유서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염이의 집에서 내 존재 아는 사람은 동생뿐이지만 그 애를 만나고 싶으 마음도 없다. 만난다고 죽은 애가 살아오냐? 진상을 안다고 마음에 평화가 오냐?
군대간다고 주위에서 차비하라고 받은  돈 몽땅 술로 바꾸어 마신 그 다음 날 술이 체 덜 깬체 대구 성서 50사단으로 가기 위해 차표 대신 입장권 5원을 배웅나온 친구에게서 얻어 기차를 탔다.
그 날이 염이 죽은지 49일째였다.


이 글 아주 오래전부터 정리하고 싶었는데, 아니 되더이다. 도저히 진도가 안나드이다.
이 글 여기 올리면서 술 참 많이 원껏 마셨습니다.
동광동 윗길 소개하는 글이 업로드 안될때는 "소름이 끼치드이다"

뒷이야기가 조금 남았습니다.
정리하는데 무척 오래 걸릴 것 같고, 아님 그 전에 끌적거렸던 글들의 도움을 받아야 겠습니다. 

Comments

★쑤바™★
옛 풍습대로라면..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은 묘를 만들지 않는다 알고 있습니다...
그냥 화장하여 뿌리지 않나요? 
석두
空手來  空手去 世上事  如浮雲
城墳土  客山後 山寂寂  月黃昏

빈손으로와 빈손으로 가니 세상일 뜬구름같구나
무덤을 쌓고 손들이 산을 내려간 후
산은 적막한데  달빛황혼만 곱구나

화장인지 매장인지? 아마 화장일것이었습니다.
사진은 년초에 촬영한 것인데 항령산 들머리가 예전에는 공동묘지엿답니다. 
mamelda
염이의묘????emoticon_007 
mamelda
인연이라는거 참으로 어렵네용 ㅡㅡ 
★쑤바™★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현실이 진하게 묻어나오던 얘기 였습니다...

연재...하시느라 많이 폭폭하셨겠어요....
결말이 정말...의외의 반전이네요...
(또다른 에필로그도 기대하겠습니다...) 
명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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