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편지다발 7 3,630
일주일만에 본 아버지는 더 나빠지신 듯 했다.
온 몸의 살은 더더욱 말라 모든 골격이 다 드러나는 살가죽이 거칠하고
불과 한달전에 거동은 미약하게나마 하실때 즈음 거실에 앉아 계실때의 모습은
발등이 엄청 부어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는 폐가 심장을 압박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곤 했었는데, 그러고 보름인가 지나 붓기가 가라앉더니만
오늘은 또다시 그 붓기가 손과 얼굴로 전이되었다,,

사람이 죽음 앞에서 얼마나 나약하고,
당신 스스로의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사람을 더 나빠지게 할 수 있는지를
의자에 앉아 계시며 병원에 가는 날이 언제냐고,,
기억조차 혼미해 계속 되묻곤 하시던 아버지한테
어느날 주치의가 힘들면 병원에 굳이 안 오셔도 된다는 그 한마디로
아버지는 아마 그 후로 거동을 못하시게 된 듯 하다.

한달 전만해도 아버지는
'죽게 되더라도 고통없이 죽고 싶다' 라고 내게 말씀하시곤 했다.
'계속 힘들지 않고 빨리 눈감고 싶고, 그냥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라 말씀하던 아버지.
그러시던 아버지가 요즘엔 그런 말씀을 일채 하지 않으신다.
살고 싶으신 거다.

부모님의 인생을 자식으로서 반추할 수가 있겠는가마는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를 떠올려보니
진정 자랑스러운 내 아버지라 할만큼 존경하기 어려운
엄마를 마니 고생하게 하시고,
당신의 정신과 육체 모두를 잘 다스리지 못하셨던 아버지셨다.
어렸을때는 그게 얼마나 싫었던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고, 아버지의 역할을 잘 못한다 느껴 답답해하고
내 자신을 불행하다 느꼈던 그때.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 생각은 달라졌다.
아버지도 과연 아버지가 되고 싶어하시지 않으셨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아버지가 우리(가족)가 보기에 막 사신 것 같아도 거기엔 분명 전제가 있었겠지.
처자식과 함께 잘 살아보겠다고 당신 나름 이것저것 해보시려 부단 노력이 있으셨겠지.
운은 풀리지 않고, 보이지 않게 사람들로 가족들로 하여금 무시도 당하고, 상처도 받고,,
헌데도 그걸 내색하지 않으려 얼마나 애쓰셨을까.
아버지의 역할을 못하셨다 해도
아버진 아버지니까 누구보다 당신 마음이 속상했던 적,,수도 없었겠지.
그걸 자식이 알아주지 못하면, 가족이 알아주지 못하면 그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불쌍한 내 아버지,,,,,

아버지의 부은 손을 움겨잡고 어려서 아버지와 손붙잡고 방황하던 한때를 생각해 낸다.
나 일곱살때 회사 공금 횡령으로 지방으로 좌천 발령이 났지만
자존심이 강해 바로 사표를 내고 그뒤로 월급쟁이 생활에서 벗어나
가정 파탄으로 충격이 되어 집을 나가면 며칠이고 들어오지 않던 엄마를 찾아
아버지와 친척집과 친구분 집을 찾아가 신세지던 기억들,,,
아버지와 나만의 기억속에 있는 둘만의 시간들이었다.

가족들로 하여금 아버지로서 인정받지 못하셨던 아버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때 만큼은 그 웃음이 활짝 이셨던 아버지의 그 웃음.
웃음을 기억하니 그게 아버지였고, 그게 내 아버지의 자랑이더라.
사람의 웃음이란 그래서 위대하고들 하나보다.

생활력은 없어도 자존심 하나만은 그 누구 이상으로 강하셨던
아버지가 병이 악화되면서 변하더라.
평상시 집에 계셔도 거의 벨소리 울리는 전화를 통 받지 않았던 아버지가
얼마전 낮에 사무실로 손수 전화를 걸어
언제 오냐고,,낼 간다고 했더니 오면 용돈좀 달라고,,,

얼마전에 드린 용돈을 손수 다시 얘기를 꺼낸다는 자체가 충격이었던지
전화를 받고 기분이 참 이상했다.
그 자존심 강하던 아버지가, 자존심이 다 없어진 것인가.
누워서 거동도 못하시는 아버지가 갈때마다 용돈좀 달라 하는걸 가지고
기분이 이상하다고 선배언니한테 털어놓자 언니왈
들은바가 있어서 그러는데,, 아버지 정말 마니 안 좋아지신것 같으다고,,
가시는걸 준비하고자 자꾸 용돈 얘길 하시는 거 같으다고,,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던 아버지 앞에서 전도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어색하고 쑥스러워 아버지 앞에서 차마 기도하지 못했었는데
죽음 앞에서 하나의 잎사귀 만큼도 못할만큼 연약해진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간 게으름과 외면으로 묶혀 두었던 포켓성경을 열어본다.
어디부터 봐야할까. 곧 아버지를 보러 가는데 아버지 손을 붙들고
하나님께 아뢰고 싶고 말씀을 전하고 싶은데, 예배가 되었으면 하는데 어디를 봐야 할까.
전에 하던듯이 무작정 성경을 들여다 볼때면 으례 잠언을 본다.
31장까지 있는 잠언은 매일 큐티할때 딱이었던 기억,,,
3일,,,3장을 들여다 본다.

내 아들아 완전한 지혜와 근신을 지키고 이것들로 네 눈앞에서 떠나지 않게 하라.
그리하면 그것이 네 영혼의 생명이 되며 네 목에 장식이 되리니
네가 네 길을 안연히 행하겠고 네 발이 거치지 아니하겠으며
네가 누을 때에 두려워하지 아니하겠고 네가 누은즉 네 잠이 달리로다
너는 창졸간의 두려움이나 악인의 멸망이 임할 때나 두려워하지 말라
대저 여호와는 너의 의지할 자이시라 네발을 지켜 걸리지 않게 하시리라
(잠 21~26)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의 눈을 맞추니 그 눈이 너무나 선해 보인다.
산소기를 잠시도 떼지 못할만큼 삶에 대한 강한 미련과 두려움, 의지, 고통 등등이
24시간 산소기에 헐어버린 콧구멍에 쓰라린지 인상을 찌푸리는 아버지께
아버지, 조금만 참으라고,,,조금만 참으라고,,
아버지가 그게 무슨뜻이냐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입모양으로 질문하신다.
조금만 참으면 아버지 좋은데로 가셔서 고통 없이 하나님께 찬양하며
여기서는 상상도 못할 천국에서 계실꺼니가 조금만 참으시라고
거기에 계시면서 기다리시면 나중에 우리 다 만날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만 참으시라고,,
고객을 끄덕이시는듯 하더니 이내 하시는 말씀

그러면 뭐해,, 현재가 이렇게 고통인데,, 지금 현재가 이렇게 힘든데,,

맞다. 좋은데 가신다 해도 바로 지금 얼마나 힘드시고 얼마나 고통스러우실까.
그게 인간인데. 현재 그렇게 버티기가 너무 힘든 그게 사람인데,,

그러나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말고 뭐가 있을까.
그래도 조금만 참으시라고,,좋은데 가실꺼니까 조금만 참으시라고,,

마음속의 평안을 부른 기도가 아버지를 쉬게 했을까.
아버지는 그렇게 잠시 잠이 드신듯 했다.

비록 몸은 거동할 수 없지만, 비록 안색이 검어지고,
깜빡이는 눈과 소리 나지 않는 입모양, 손의 움직임만이 유일한 표현이지만
아직도 심장은 뛰고 있고, 정신은 살아 계시니
그로 인한 생명의 살아있음과 그렇지 않은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늦게나마 알아가는 요즘이다. 

Comments

쩡쩌러정쩡
전... 3월 2일이 아버지 첫제사였는데...
갑자기 눈물이 또... 
써니
저는 아버지 얼굴도 몰라서요 이런이야기를 들으면 슬퍼집니다 
★쑤바™★
눈물나요.......ㅠ_ㅠ 
엄지얌~^^
편안하게 가시기를... 
찰리신^.^~
부디 편안하게 하늘나라가시기를emoticon_066 
KENWOOD
가족의 사랑,,,emoticon_066 
명랑!
emoticon_015emoticon_101emoticon_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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